사랑만큼 따뜻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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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요즈음의 계절에 관한 글을 찾기 위해 에세이집을 뒤적이다, 2003년 첫사랑에게 받아온 에세이집에서,

단풍을 비롯하여 예쁜 나뭇잎들이 책갈피에 곱게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멋진 추억과 예쁜사랑을 간직한 채 책갈피에 고이 보관되었으리라.

낙엽은 희생이며 새로운 시작이다.

엽록체가 파괴된 뒤 잔류된 영양분과 효소의 작용으로 노란색 또는 붉은색의 단풍으로 변하는 것처럼, 낙엽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추운 날씨로 인한 손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영양분과 수분을 단절시킴으로써, 땅으로 떨어져 썩어서 새로운 영양분으로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글의 소재가 되어 인생을 노래하고,

화가에게서는 쓸쓸하고 허망한 표현으로, 작곡가에게는 이별에 대한 아픔으로 가슴 저린 선율로 묘사되었다.

 

 

낙엽이 떨어지고 첫눈이 푸른하늘의 뭉개구름 처럼 흩날리는 계절이 오면, 문득 프랑스의 시인인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가 생각난다.

노란색은 명도차이가 커 어디서든 시선을 잡아끌고, 노란색의 옷을 입은 여성은 왠지 발랄하고 경쾌한 한 이미지를 주기에,낙엽이 갖는 낙하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분이 우울하거나 탁하지 않다.

길을 가다 우연히 보고싶은 사람을 만난것 처럼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며 매력적이다.

 

 

노란 은행잎이 물든 가로수가 있는 거리나 공원을 걸어보라.

쓸쓸함보다는 멋진 연인이나 보고픈 친구를 불러 데이트라도 하고싶은 마음이 절로 생길 것이다.

이때쯤이면 초등학교에는 은행잎으로 덮혀 한 번쯤 이 거리를 거닐며 아이들과 예쁜 사진 촬영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 절로 든다.

차에도 지붕 위에도 그리고 지나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어깨에도 은행잎은 곱게 나플거리는 노랑나비가 되어 앉는다.

하지만 이렇게 곱고 예쁜 은행나무에 열린 은행에서는 간난아이의 변같은 냄새을 풍겨 사람을 혼비백산하게 한다.

은행나무는 공손수, 행자목 또는 잎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수라고도 부르는 나무의 신사다.

우리나라에서 은행나무는 한방재료로도 쓰이는데, 은행은 기침, 가래 천식에 좋으며, 은행잎은 혈액 장애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낙엽은 시기적으로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길목에서 찬 기온을 이기지 못해 단풍이라는, 가장 화려한 마지막 생명력을 불태우고 일생을 다하기에, 잎이 사라지고 남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주는 허전함과 초라함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랑이나 사연을 은밀히 간직한 죽음처럼 슬픈 애상을 남긴다.

이 가을에 중년이면, 노래방에서 한번쯤 불러보는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에서처럼, 애잔하고 애잔한 기분이나 인생에 대한 맛을 조금은 알만한 나이에다,

품에서 점차 벗어나려는 아이와 삶의 허무함이, 계절의 쓸쓸함과 더불어 심금을 울리게 된다.

학창시절 곱게 물든 단풍을 모아 책갈피에 끼워 영어사전을 눌러서 말린 뒤, 편지지에 붙여 사춘기의 풋풋한 사랑을 나누던 첫사랑 소녀와, 알콩달콩한 사연을 간직한 채 헤어졌던 추억은 누구든지 가슴 한구석에 묻어 놓은 소중한 기억의 파편이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고 인정이 매말랐다 해도 마음 만큼은 언제나 자신이 주인이 아닌가?

찬바람이 덩그러니 부는 이 겨울의 초입에서 낙엽이 주는 이미지보다는, 은행잎의 따뜻한 느낌을 살려 가슴 한구석에 숨겨둔 사랑의 감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사랑만큼 따뜻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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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혼™

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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